기분 나빠서 병가를 냈다 멋부리기

엄청 긴 글입니다 ㅡㅡ 패뷰밸 내용이 중간에 나와서 굳이 발행해요..



비가 계속 와서 시원하고, 세상이 녹색으로 물든다. 논문 시작했을때 자주 왔던 국립도서관.
어제 회사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병가를 냈다.

context
다음 프로젝트를 리드할 (슈벌탱 -_-) 필리핀 출신 매니저 A : 정중하고 선 넘은 적은 없지만 성차별적인 발언을 여러번 함 (나 입사한지 한달 ㅡㅡ). 첫날 오전에 트레이닝 할때부터 알아봤지. 전날 오후, 한국인 동료 P 와 내가 잠시 같이 일하는 도중 다가와서 P 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새로 들어올 여자 팀원 인터뷰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issue 1
나는 인터뷰 과정에 참여해달라고 부탁받지 못했다. 여자는 자동적으로 여자를 편애하거나 깎아내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A 는 P 가 제일 유능하고 인터뷰를 이끌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 그러나 A 는 현재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닌 만큼 우리와 일한 적이 없으니 무슨 기준으로 P 를 골랐는가?

issue 2
두 사람이 떨어져서 일하는 만큼, 언제든지 P 에게 따로 부탁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하는 때를 골라 한 사람을 배제했다. 회사 인트라넷으로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었음.
=> A 는 눈에 띄니까 마침 물어본 것일 수도 있다. 아무런 생각없이.

자가진단
제 3 세대 페미니즘은 아주 싫어하고, 어려서부터 외국에 살아 그닥 예민한 편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예의범절을 상당히 따지고 문장 하나 행동 하나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 조금이라도 납득이 안 되거나 무례한 듯한 발언을 누가 하면 빤히 쳐다보며 설명을 요구해서 사람 당황하게 함. 한마디로 개까다로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주 친한 친구만 몇 있고, 네트워크가 작다.
=> 과민반응일 수도 있다.

퇴근 후 전남친을 만나 바쿠테 다섯 그릇 (...) 을 비우며 얘기했지만 풀리지 않았고, 처음으로 회사 정말 가기 싫다고 느꼈다.
그나마 친한 동료 W 에게 A 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다음 프로젝트가 우려된다고 짤막하게 말했는데 대답은 "I understand". 자세히 말하지도 않았는데 뭘 이해해? 난 너가 개인적인 일로 힘들때 폰 스크린 불나게 위로했는데.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나자 계시라고 생각하고 옆 클리닉에 진단서 떼러 감. 병가 쓰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헤맸는데, 의사가 개널럴했다. 환자나 의사나 이렇게 성의없는 꾀병 코스프레는 처음인듯.

의사 : 어디가 아파요?
나 : 좀 오슬오슬하고 머리 아프구..
의사 : 목 칼칼하고 몸 욱신거리고 피곤하고 오케이
나 : ....넵 그거 다요


트러플 프라이와 수전 손택. 입사하고 책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계속 소설만 읽어서 마치 영양이 고르지 못한 느낌이었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을 읽고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중학교때 읽어서 지금은 어떨지.

메인 노트북은 수리하러 맡기고 백업 노트북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되서 낑낑거리는 전남친. 헤어진 이유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단짝이다. 징글징글하게 박학다식해서 원래부터 눈치없이 높았던 내 기준을 아주 말아먹음. 얘랑 3년을 사귀고 나니까 내 또래가 너무 무식하게 느껴져.. 아 물론 지식을 분출하는 놈을 보며 먼지나게 패주는 걸 상상했던 -_- 때가 정말 많았다.


스타벅스에서 걔는 일하고 난 에코백을 뒤집어 모조리 쏟아내 정리했다. 먹지도 않는 영양제가 참 많다. 여기서 패뷰밸 코스프레 하고 가실께요...

a. 하단의 더페이스샵 사랑보랏빛은 비추. 할머니 화장대 향 + 텁텁함 + 부피 + 간간히 섞인 허연 펄땡이 때문에.

b. 레브론 립버터 피그잼은 진한 mlbb 인데, 바르면 입술이 통통통통통!!!!!해져서 쟁이고 싶지만 단종 ㅜㅜ 작년에 샀을 땐 별로였는데 올해 발랐더니 정말 예쁘다. 무슨 일일까.

c. 슈에무라 "오토" 브로우 소드를 샀습니다!!! 원래 하드포뮬라를 사려 했는데 사운드블랙은 오토타입으로만 나온다고. 아직 써보지도 않았지만 고대했던 제품을 챙겨서 속이 후련하네효 ㅜㅜ 슈에무라 브로우 서비스를 받아볼까 생각하는데, 1회 $18 vs 4회 $54 여서 고민 중입니다. 특히 눈썹이 부드럽지 않고 쎈 모양을 좋아해서 잘 해줄라나 🙄 전 사실 한번도 눈썹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답니다  ㅡㅡ


nars dead of summer
d. 오랜 위시 청산. 데드 오브 써머를 느긋한 흥정 끝에 37000 에서 24000 으로 깎아 샀다. 케이스는 눈에 밟히는데 섀도우 색이 그닥이어서 안 사고 버티다가 항복. 발색해보니까 라이너도 단단하고 색이 조용해서 생각보다 자주 쓸것 같다.


유독 이 사진이 그렇게 좋더라. 산 송장같은 여자가 밤의 수영장, 그 검고 시퍼런 물에서 빠져죽을 듯이 헤엄친다. 코폴라의 말이 살아난 것 같다.
난 단상자니 뭐니 싸그리 버리는 스타일인데, 이건 표면에 스크래치 갈까봐 고이 놔둠.


지역 한정 텀블러. 스타벅스 굿즈 모으는게 싫어서 다 넘겼는데 이건 끌린다아.. 근데 왜캐 비싸.. 회사에서 쓰면 동료들이 관광객이냐고 놀릴 것 같지만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든다.


3개월 간격으로 나오는 네스프레소 샷. 인도 & 인도네시아 싱글 오리진 세트가 나와서 늘상 마시는 것들과 함께 샀다. 대왕캡슐같이 생긴 유리 컨테이너 참 예쁜데 원하는 색을 찾아 매번 손 쑤셔넣고 뒤적뒤적 하긴 싫움..

conclusion
월요일 오후, A 한테 가서 왜 나는 인터뷰에 넣지 않았는지 물어볼 생각. 난 그의 설명에 관심이 없고, 그 어느 궤변을 펼쳐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없이 한 행동을 설명해야 하는 것에 당황한다면, 그 상황에 놓였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당장은 그에 만족한다. action, reaction.


마지막으로 집 앞에서 본 달팽이 투척. 껍데기가 아기 주먹만하다.. 흔한 지역 달팽이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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